[더인디고] 열린관광지로 알았더니… 부실 관리에 편의시설 부족 ‘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회 작성일 25-09-09 08:58

본문

열린관광지로 알았더니… 부실 관리에 편의시설 부족 ‘허다’


- 재활협회, 청년포럼 회원들과 춘천 열린관광지 점검

- 열린 관광지서 가로막힌 장애청년들 “허탈”

- 전윤선 대표 “선정 과정, 접근성, 예산 등 전면 검토해야”


19a03f2cdf52ea1a5f1ea11aaee2db5c_1757375861_4673.jpg 

▲소양강 스카이워크 장애인 리프트 탑승모습(2025.08.29.) ▲소양강 스카이워크에서 청년포럼 회원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리프트 탑승을 시도했지만,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아 이용을 하지 못했다.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제공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이 10년째를 맞이했지만, 장애인 등 관광취약계층은 여전히 곳곳의 장벽과 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회장 김인규, 이하 RI Korea)는 지난 8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장애청년들과 강원도 춘천지역 열린관광지를 조사한 결과, 실제 일부 명소 등에선 편의시설 부족뿐 아니라 부실관리 등이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장애인권 대학 동아리, 청년 단체, 장애청년 활동가 등 30여 명이 참여한 ‘2025 청년포럼 하계 워크숍’을 계기로 진행됐다. 청년포럼 회원들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 중인 열린관광지 사업에 집중했다. 누구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된 무장애 관광지를 직접 체험하면서 청년의 감수성으로 문화 접근권 점검에 초점을 뒀다.


청년포럼 회원들은 특히, 2019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됐고 또한 청년들에게 호감도가 높은 춘천지역 명소인 ▲소양강 스카이워크와 ▲국내 최초 휠체어 탑승 가능한 킹카누 체험 및 ▲남이섬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스카이워크는 높은 곳에 설치된 투명한 바닥의 구조물로 발아래로 풍경을 감상하며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스릴과 시원한 경관을 즐기는 시설이다.


직접 체험한 청년들에 따르면, ‘킹카누’는 휠체어 사용자와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 모두가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소양강 스카이워크와 남이섬 등에서는 △장애인 리프트 미작동 △장애인 전용 주차장 부족 △점자블록 미설치 등 불편 사항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스카이워크를 이용하고자 했던 정재근 청년(틸팅형 휠체어 사용자)은 “처음에 리프트 이용을 요청했지만, 경사로 이용을 권유받았다”면서 “이후 재차 요청으로 리프트에 탑승했지만, 막상 작동이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관리자는 ‘어제까지는 정상 작동했는데 오늘은 고장이 난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전했다.


함께 체험에 나선 조승규 청년은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한다고는 말하지만, 리프트가 고장 났거나 직원이 작동법을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열린관광지라면서, 장애인에게 닫혀 있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남이섬도 장애인에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년들은 “선착장과 선박을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비포장 돌길로 바닥면이 울퉁불퉁하고 점자 표기가 미흡해 휠체어 사용자와 시각장애인에게는 여전히 관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비단 춘천의 열린관광지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열린관광지로 알고 방문했지만, 일부 관광시설물 등은 접근할 수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울산광역시 동구에 있는 ▲대왕암공원은 지난 2024년 장생포고래문화 특구와 함께 열린관광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공원 내 시설물인 ‘대왕암공원 해상 출렁다리’는 목발이나 휠체어 사용자뿐 아니라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등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출렁다리 양측 일부분은 철제 계단이었고, 전체적으로 틈이 있는 바닥면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2021년 개장한 이 출렁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해상 출렁다리로, 대왕암공원의 인기 명소다.


열린관광지 등을 방문하는 시티투어버스 역시 일부 지자체에서는 일반버스로 운영하고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릉시는 전국 최초 무장애 관광도시를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시티투어버스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 등 교통약자는 이용할 수 없어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5년부터 열린관광지 사업을 추진해왔다. 사업 10년째인 올해 기준, 전국의 182곳이 선정되어 운영 중이다.


문체부는 무장애 관광도시를 선정할 때 ▲모두가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통합 관광정보 제공 ▲모두에게 평등한 이동권 보장 ▲도시 내 관광인프라 접근성 보장 ▲무장애 관광서비스 및 인력양성 강화 등 4대 요소를 강조해왔다. 정보접근성뿐 아니라 주변 숙박과 식당, 체험시설, 장소간 이동, 그리고 장애인권 감수성을 가진 전문인력 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전윤선 더인디고 집필위원이자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주변 핵심 관광시설물에 접근할 수 없음에도 공원 등 특정 지역을 열린관광지로 선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 뒤, “지자체는 열린관광지 선정 과정에서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선정 후 막상 제대로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 “문제는 이 같은 시설물 등에 대한 장애유형별 접근 가능 여부 등을 ‘열린관광지 홈페이지’ 등에서 정확하게 안내하지 않고 있어 관광취약계층 당사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대표는 이어 “무장애 관광이나 장애 감수성이 등이 없는 용역업체 및 현장 심사위원이 맡아 진행할 때가 있다”며 “처음부터 최소한 3년 이상 무장애 관광 등에 경험이 있는 업체가 맡되, 심사위원도 접근성에 취약한 휠체서 사용 및 장애정도가 심한 시각장애인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마련 보다는 형식적인 양적 확대에만 신경쓰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면, “물가 등 경제 상황은 변하는데, 열린관공지 예산도 수년간 100여 억원으로 동결한 것은 이같은 방증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김광훈 RI KOREA 정책팀장은 “청년포럼 회원 등과 함께 이번 점검 결과를 기반으로, 연내 열린관광지 등 전반적인 문화접근성 방안을 수립하겠다”면서, “실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제도개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기자 : 더인디고 

- 출처 : 더인디고(https://theindigo.co.kr/archives/6411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